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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투데이] [데스크칼럼] 제1장 AML과 가상자산: 익명성의 매력, 책임의 그늘

관리자
2025.05.1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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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 AML의 정의와 전환점
  1장. AML과 가상자산: 익명성의 매력, 책임의 그늘

AML과 가상자산: 익명성의 매력, 책임의 그늘
가상자산은 '탈중앙화'와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기술적 가치를 바탕으로 탄생했으며, 지금까지 금융 혁신의 중심에 위치해 왔다.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는 송금, 결제, 자산 저장, 투자 수단으로 기능하며, 기존의 중앙 집중적 금융 구조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가운데 스테이블코인, 디파이(DeFi), NFT, 토큰증권(STO) 등 다양한 형태의 가상자산이 실생활에 확산되며, '암호화폐는 더 이상 투기 수단만이 아니다'라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게임과 메타버스 산업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되면서, 가상자산의 범용성과 일상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새로운 범죄 리스크, 그 중에서도 자금세탁(Money Laundering)이라는 구조적 취약성과 직면하게 된다. 익명성과 추적 불가능성, 국가 간 경계를 초월한 거래 가능성은 자금세탁 범죄자에게 매우 매력적인 특성이다. 특히 자금이 온체인에서 오프로 옮겨지는 순간, 또는 탈중앙화된 지갑을 거칠 경우, 기존 AML 시스템으로는 감지하거나 통제하기 어렵다. 범죄 조직이 자금을 나누어 여러 지갑으로 송금하고, 혼합기(mixer)나 프라이버시 코인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자금 흐름을 의도적으로 분산시키면 추적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이에 따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2019년부터 가상자산사업자(VASP)를 AML 의무 대상으로 지정하고, 송수신자 정보를 공유하도록 요구하는 '트래블룰'을 제시하였다. 미국의 FinCEN, 유럽연합의 자금이동규칙(TFR), 싱가포르 통화청(MAS), 일본 금융청(FSA) 등도 이를 근간으로 제도 정비를 완료하거나 진행 중이다. 한국도 2021년 개정된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트래블룰을 도입했으나, 실제 적용 범위는 아직 제한적이며, 거래소 간 거래 중심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제도와 기술 간의 괴리가 크다. 비수탁형 지갑(Non-custodial Wallet)은 블록체인 사용자라면 누구나 익명으로 설치할 수 있으며, 디파이 플랫폼은 중앙 운영자가 없기 때문에 법적 책임 주체가 모호하다. 프라이버시 코인(예: 모네로, 지캐시)은 거래의 송수신자와 금액 자체가 블록체인에 기록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기술 특성은 AML의 통상적 프레임을 무력화시키는 지점을 제공하며, 규제기관이 '누구에게 무엇을 적용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봉착하게 만든다. 실제로 자금세탁에 사용된 자산이 '탈중앙화된 프로토콜을 통과했다'는 이유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회색지대가 존재한다.

AML의 관점에서도 접근 전략은 재설정이 필요하다. 이제는 '위험 기반 접근(RBA)'에 기초한 다층적 대응이 요구된다. 예컨대,

  - 분석 도구(Chainalysis, Elliptic 등)를 통한 지갑 주소 기반의 자금 흐름 가시화,
  - KYC 인증을 반영하거나, AML 점수를 내장하는 설계,
  - 인터페이스와 브릿지 서비스 운영자에게 제한적 AML 책임 부여 등이 기술과 규제의 접점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더해, 블록체인 간 교차거래(Cross-chain transaction)를 통한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한 체계적인 국제 공조와, 기술 표준 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자율지갑 사용자나 커뮤니티 운영자에 대한 행위 기반(Behavior-based) 규제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단순히 '법인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자금 이동을 유도하고, 실질적으로 위험을 발생시키는 행위가 있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의 제도 중심적 사고를 넘어서는 접근이며, 탈중앙화 시대의 AML 모델로서 설득력을 가진다. 특히 커뮤니티 주도형 디파이 프로젝트나 탈중앙화 자율조직(DAO)에 대해 책임 주체를 묻기 위한 새로운 법적 정의도 필요해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AML과 가상자산의 관계는 대립이 아니라 기술과 신뢰의 공동 설계여야 한다. 제도는 유연하고 기술 친화적이어야 하며, 기술은 사회적 책임을 내장해야 한다. '누구를 규제할 것인가'의 질문보다는 '어떻게 가상자산 생태계 전반에 신뢰 구조를 설계할 것인가'가 AML의 미래 방향이 되어야 한다. AML의 핵심은 감시나 처벌이 아니라, 시스템 내부에 신뢰를 구축하고,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자율성과 책임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AML은 가상자산 혁신의 걸림돌이 아니라, 그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규제기관, 기술개발자, 이용자 모두가 공동으로 구축해야 할 새로운 금융 생태계의 기반이다.
     (내일은 제1부 2장 : AML의 생활화 전략: 모든 시민이 ‘거래 감시자’가 되는 사회를 연재합니다.
       본 칼럼은 총4부 13장으로 구성되어 차례대로 연재합니다.)

 
 
 



출처 : 핀테크투데이(http://www.fintech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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