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가기
협회소식

[긴급제언] 가상자산 대주주 적격성 심사, ‘일률적 배제’보다 위험기반 원칙이 필요하다

관리자
2026.07.22 11:43
115



[긴급제언] 가상자산 대주주 적격성 심사, ‘일률적 배제’보다 위험기반 원칙이 필요하다



가상자산 대주주 적격성 심사, ‘일률적 배제’보다 위험기반 원칙이 필요하다
- 독일 및 EU 사례를 통해 본 규제의 비례성과 합리적 설계 방안-




법학박사 김성곤 (Dr. iuris)
(사)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상임부회장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




최근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고 이용자 보호 및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가상자산사업자의 최대주주 및 주요주주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고, 위반 대상 법률의 범위를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등으로 확대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불건전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고 건전성을 제고하려는 정책적 방향성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가상자산시장의 신뢰를 높이고 이용자 보호 및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있을 수 없다. 특히 가상자산사업자의 대주주와 주요주주가 건전성과 신뢰성을 갖추도록 하는 것은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필수적 과제다. 대주주의 재무건전성, 자금 출처, 내부통제 역량, 과거 위법행위 이력은 당연히 엄정한 심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

문제는 엄정한 심사가 곧 일률적인 배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논의되는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가상자산사업자의 최대주주 및 주요주주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고, 공정거래법·조세범처벌법 위반 등을 결격사유 판단 범위에 포함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취지 자체는 타당하다. 그러나 법인의 위반이 양벌규정에 따른 것인지, 위반이 경미하거나 가상자산사업의 건전한 운영과 실질적 관련성이 낮은 것인지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장기간 결격사유로 적용한다면, 제도는 필요한 수준을 넘어 과도한 규제로 작동할 수 있다.

양벌규정은 특히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이 처벌받았다고 해서 언제나 법인 경영진이나 지배주주가 조직적·고의적으로 위법행위에 관여했다는 뜻은 아니다. 임직원 개인의 일탈행위에 대해 법인이 관리·감독 책임을 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법인이 위법행위를 지시하거나 묵인했고, 중대한 내부통제 부실이 있었으며, 이용자 보호나 자금세탁방지에 실질적 위험을 초래했다면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이 없는 경우까지 자동적으로 대주주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책임의 정도와 제재 사이의 균형을 잃을 우려가 있다.

독일 자본시장법 전공자의 관점에서 볼 때, 독일의 자본시장법과 금융감독체계, 그리고 유럽연합(EU)의 암호자산시장규정(MiCA)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이 법체계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의 MiCA는 가상자산서비스제공자와 그 지배구조를 심사할 때 단순히 특정 법령 위반 전력의 존재만을 기계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경영진과 주요 지배주주의 평판, 전문성 및 성실성, 자금 출처의 적법성,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 위험,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체계, 이용자 보호 및 시장질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위험기반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독일 연방금융감독청(BaFin)의 금융감독 실무 역시 마찬가지다. 주요 지분 취득과 지배권 변경을 심사하면서 법 위반 이력이 있다는 형식적 사정만으로 자동 배제하기 보다는, 취득자의 신뢰성과 평판, 자금의 투명성, 금융기관의 건전하고 신중한 경영에 미칠 영향 등을 폭넓게 평가한다. 과거 위반 이력은 분명 중요한 요소다. 다만 위반의 성격과 경위, 고의성, 반복성, 제재의 내용, 재발방지 조치, 내부통제 개선 여부 등을 함께 고려한다. 특히 임직원 개인의 일탈로 인한 양벌규정 적용에 의한 것인지, 법인이 고의적·조직적으로 위법행위에 관여했는지를 엄격히 구분한다. 이는 위법행위를 가볍게 보자는 것이 아니라, 실제 위험에 상응하는 감독을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대륙법계의 선진적 감독 체계에 비추어 볼 때, 현행 개정안은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다.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이 처벌받은 경우, 법인 스스로의 고의적 위법행위인지 임직원 관리·감독 소홀의 문제인지를 묻지 않고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과도하다. 또한 공정거래법 등 적용 범위가 광범위한 법률 위반을 예외 없이 결격사유로 삼는다면, 가상자산사업의 건전성이나 이용자 보호와 실질적 관련성이 낮은 경미한 사안까지 규제망에 포섭되는 '규제의 비례성 상실' 우려가 있다.

우리 금융 관련 법령에도 이미 이러한 비례적 접근의 사례가 있다. 자본시장법, 은행법,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 등은 사회적 신용이나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면서 위반의 정도가 경미한 경우 또는 양벌규정에 따른 법인 처벌인 경우 등을 고려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다.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해서만 다른 금융업권보다 더 경직되고 예외 없는 기준을 적용한다면, 규제 형평성의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더구나 가상자산시장과 전통 금융시장 간의 연계가 확대되는 현시점에서, 우량 은행·증권사·금융지주회사의 시장 참여 가능성까지 과도하게 제약해서는 안 된다. 건전한 금융회사의 참여는 오히려 가상자산사업자의 재무 안정성, 내부통제, 준법감시, 이용자 보호 역량을 높일 수 있다. 대주주 적격성 제도는 시장 진입을 폭넓게 막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이용자 보호와 건전경영을 실질적으로 해할 위험이 있는 주체를 선별하는 제도로 운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시행령 및 관련 감독규정에 합리적인 예외 규정이 반드시 신설되어야 한다. 첫째,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이 처벌받은 경우라 하더라도 법인의 직접적 위법행위나 중대한 관리·감독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예외를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위반의 경위와 정도, 고의성·반복성·지속성, 가상자산사업과의 관련성, 이용자 피해 및 자금세탁 위험, 시정조치와 재발방지 체계 등을 종합 고려하여, 실제로 건전한 업무 수행을 어렵게 할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결격사유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재량은 자의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은 감독규정에 구체적인 심사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 법인의 직접적 귀책이 인정되는지, 어떤 수준의 내부통제 부실이 중대한 책임에 해당하는지, 경미한 위반의 판단 기준은 무엇인지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야 사업자와 투자자 모두 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가질 수 있고, 감독당국도 일관된 기준 아래 실효적인 심사를 할 수 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도는 무조건적인 진입 장벽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용자 보호와 시장 질서를 해칠 위험이 있는 자를 솎아내는 정밀한 여과 장치가 되어야 한다. 무조건적인 '일률적 배제'를 넘어, 실제 위험의 크기에 비례하는 '위험기반·실질적 심사'로 나아갈 때 비로소 가상자산시장은 더 높은 신뢰와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핀테크투데이(http://www.fintechtoday.co.kr)





기관 홈페이지 : [긴급제언] 가상자산 대주주 적격성 심사, ‘일률적 배제’보다 위험기반 원칙이 필요하다 < 전문가칼럼 < 칼럼광장 < 기사본문 - 핀테크투데이







목록으로